2026년 4월 14일 화요일

말초 신경 병증인 줄 알았던 통증, 희귀병 ‘아밀로이드증’이었을 줄이야


​장모님의 발바닥이 저리고 화끈거리며, 쿡쿡 쑤신다는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는 그것이 단순한 노환이나 가벼운 신경통인 줄 알았습니다.

​큰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여러 군데를 전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비슷했습니다. 말초 신경 병증. 처방받은 일반적인 약들을 복용하며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상 징후: "혈압이 70-40인데 고혈압 약이라뇨?"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이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의 반응은 무덤덤했습니다.

​혈압이 70-40mmHg까지 떨어지는 저혈압 상태인데도, 동네 의원에서는 기존에 먹던 고혈압 약을 그대로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혈압약을 끊어보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의사의 대답은 허망했습니다.
"그동안 잘 드셨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쓰러지는 증상에 대해서도 그저 '기립성 저혈압'이니 조심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포구의 유명한 말초 신경 병증 전문 병원을 찾아가 맞춤 레시피 약을 처방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통증은 조금 줄어 잠은 주무실 수 있게 되었지만, 쓰러지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뜻밖의 진단명, 아밀로이드증


​혹시 파킨슨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동산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아밀로이드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경외과 교수님은 증상을 듣자마자 검사를 제안하셨고, 조직 검사 끝에 확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이란?

비정상적인 단백질(아밀로이드)이 장기에 쌓여 기능을 저하시키는 희귀 질환입니다. 신경에 쌓이면 감각 이상을, 심장에 쌓이면 저혈압과 장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너무나 짧았던 3개월여 간의 투병

​확진 후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인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부작용인지 장기 부전의 영향인지 복수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는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4일, 장모님은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은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지난 1년, 무슨 병인지도 모른 채 통증과 싸웠던 수개월. 병명을 알게 된 지는 고작 3개월 만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한 말초 신경 병증으로 치부하기엔 저혈압과 실신이
라는 신호가 너무나 명확했는데, 왜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원인 모를 신경 통증과 저혈압이 동반된다면, 
큰 병원이라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진단이 아니라면
다른 큰병원에 가서라도 정밀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장모님,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빌어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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