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발바닥이 저리고 화끈거리며, 쿡쿡 쑤신다는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는 그것이 단순한 노환이나 가벼운 신경통인 줄 알았습니다.
큰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여러 군데를 전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비슷했습니다. 말초 신경 병증. 처방받은 일반적인 약들을 복용하며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상 징후: "혈압이 70-40인데 고혈압 약이라뇨?"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이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의 반응은 무덤덤했습니다.
혈압이 70-40mmHg까지 떨어지는 저혈압 상태인데도, 동네 의원에서는 기존에 먹던 고혈압 약을 그대로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혈압약을 끊어보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의사의 대답은 허망했습니다.
"그동안 잘 드셨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쓰러지는 증상에 대해서도 그저 '기립성 저혈압'이니 조심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포구의 유명한 말초 신경 병증 전문 병원을 찾아가 맞춤 레시피 약을 처방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통증은 조금 줄어 잠은 주무실 수 있게 되었지만, 쓰러지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뜻밖의 진단명, 아밀로이드증
혹시 파킨슨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동산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아밀로이드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경외과 교수님은 증상을 듣자마자 검사를 제안하셨고, 조직 검사 끝에 확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이란?
비정상적인 단백질(아밀로이드)이 장기에 쌓여 기능을 저하시키는 희귀 질환입니다. 신경에 쌓이면 감각 이상을, 심장에 쌓이면 저혈압과 장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너무나 짧았던 3개월여 간의 투병
확진 후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인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부작용인지 장기 부전의 영향인지 복수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는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4일, 장모님은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은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지난 1년, 무슨 병인지도 모른 채 통증과 싸웠던 수개월. 병명을 알게 된 지는 고작 3개월 만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이라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한 말초 신경 병증으로 치부하기엔 저혈압과 실신이
라는 신호가 너무나 명확했는데, 왜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혹시 가족 중에 원인 모를 신경 통증과 저혈압이 동반된다면,
큰 병원이라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진단이 아니라면
다른 큰병원에 가서라도 정밀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장모님,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빌어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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